인간은 짐승과 달리 말을 할 줄 안다.

생각할 줄 알며, 판단할 줄 안다.

덕분에 사람과 사람간에 말을 이용하여 거짓을 말해도 그것이 거짓인지도 모른다.

사냥꾼과 소년은 그런 말이 필요없었다.

그들은 한 무리의 짐승들처럼 서로 보듬으며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한 쌍의 짐승은 사람들의 마을로 들어섰다.

하루종일 눈이 부신 설원이 아닌, 흙으로 된 땅을 밟을 수 있던 곳.

소년은 처음 밟아보는 딱딱하게 굳은 흙의 감촉이 어색했다.

마을사람들의 눈에도 그들은 짐승과 다름 없었다.

징그러운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사냥꾼은 마을 중앙까지 짐수레를 끌어

시장에 도착했다.

사람은 많았지만, 소년은 기쁘지 않았다.

짐승처럼 마음을 부비지도 않고, 표정으로 얘기하지도 않았다.

마치 적막한 설원 속에서 짐승과 격투를 벌일때보다 더 무섭고,

삭막하게만 느껴졌다.

죽음... 소년은 아름다운 누이의 죽음이 뇌리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죽어있는 듯한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핏빛없는 얼굴에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 사람들은

온 몸에 상처가 나있고, 짐승의 가죽으로 옷을 입은 아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더욱이 소년에게 어울리지 않는 큰 칼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냥꾼은 적당한 값에 서둘러 모피와 고기를 팔고는 소년의 손을 잡아 끌고 자리를 피했다.

침묵으로 뒤덮힌 마을. 소년에겐 매섭게 살을 베어가는 칼바람의 숨결보다

더 잔인하고 혹독한 공기로 가득한 마을이 싫었다.

짐승들의 울음소리도 없었고, 소년은 가늘게 울지도 못했다.

침묵속에서 사람의 탈을 쓴 들짐승들이 소년을 덮칠것이라 생각했다.

사냥꾼은 소년을 데리고 마을 변두리, 한적한 곳에 세워진 집으로 향했다.

사냥꾼의 집인듯한 그곳으로 들어섰을 때...


소년은 잠시 눈을 비비고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조그만한 손과 작은 몸집. 버둥거리며 몸을 가누는 여자 아이는 자신의 누이와 닮아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6/12/26 09:04 2006/12/26 09:04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 4개가 달렸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snwslug.fossa.kr/~jachin/rss/response/75

댓글+트랙백 ATOM :: http://snwslug.fossa.kr/~jachin/atom/response/75

트랙백 주소 :: http://snwslug.fossa.kr/~jachin/trackback/75

트랙백 RSS :: http://snwslug.fossa.kr/~jachin/rss/trackback/75

트랙백 ATOM :: http://snwslug.fossa.kr/~jachin/atom/trackback/75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댓글 RSS 주소 : http://snwslug.fossa.kr/~jachin/rss/comment/75
댓글 ATOM 주소 : http://snwslug.fossa.kr/~jachin/atom/comment/75
  1. 비밀방문자 2007/01/01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순택 2007/01/02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하루하루가 너무 지루하고 길다.. 랩탑도 날라가고... 이렇게 지내느니 차라리 빨리 개강했으면 좋겠어... 어차피 8일에 개강이지만 말이야... 하하.. 잘 지내고 있지 니가 싸이에 글 남기지 말고 여기에 남기라고 그래서 이곳에 남긴다.. 새해 복 많이 받고 돼지해에 니가 원하는일 다 이루어 지길 바랄게... 감기 조심하고 또 글 남길게...

    • 바부... 2007/01/02 1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응. 어서 고쳐서 되돌려보내줄께. 창세기전은 이미 구해놨다. 잘 될런지... 위에 메뉴 보면 방명록이라구 있어. 평소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그곳에 써도 좋구... :)

      싸이를 안 한지 오래되다보니, 싸이는 잠잠하군...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 블로그 열어 놓았는지 잘 몰러... ㅋㅋㅋ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