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은 기회에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aKademy 컨퍼런스에 초청받았다.
처음으로 해보는 해외여행. 설레임보다 긴장과 두려움이 앞섰다.
긴장되는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얻는 즐거움이 너무 컸다.
아일랜드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가게 되었고,
인천공항에서 암스테르담까지는 보잉 747 을 타게 되었다.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Marcus는 더블린 공항과 숙소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747번이라고 말하며, '네가 타고 올 비행기조차 747 이 아닌데, 버스가 747이야.' 라고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비행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잔뜩 긴장했지만, 비행기에 탑승해서 자리에 앉았을 때에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뭐랄까, 한동안은 긴장을 풀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된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KLM 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에, 스튜어디스 누님들은 당연히 '외국인'. 국내 스튜어디스
누님들도 계셨지만, 항상 나에겐 '외국인' 누님들이 오신다. 처음에 받게 된 기내 서비스.

아몬드와 생수

처음으로 받은 기내 서비스

이륙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설레임 때문에 1시간이나 지난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벌써 기내식이 나온다. 처음받아보는 기내식에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닭고기 기내식

왼쪽 위부터 초콜릿무스케잌, 김치, 고추장, 커피컵, 버터, 아일랜드 드레싱, 식기와 요지의 포장, 셀러드, 치킨도시락

순간 촌놈된 느낌이다. 밥상을 받아놓고 '어떻게 먹을까' 고민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런 퓨전 음식이 또 있었을까? 치킨도시락을 열었더니 볶은 배추로 밥과 닭고기가 나눠져 있었다. 닭고기는 '소금간'도 안하고 버터향이 물신 풍겼다. 먹으면서 '고추장을 찍어 먹어야 하나?' 라고 생각했지만, 고추장은 안 어울릴 것 같고, 김치는 짜기만 하다. 그냥 '느끼한' 첫 기내식을 먹었다. 아일랜드 드레싱을 셀러드에 뿌리고, 나눠준 '모닝빵'을 칼로 째서 버터를 발라 먹고는, 커피를 받아서 초콜릿 무스케익과 함께 먹었다. (나름대로 정석을 따라서 먹은듯 하다.)

기내식을 먹고나니 비행시간도 어느새 훌쩍 3시간째를 지나간다. 간간히 기내에 있는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비행정보'가 나타난다. 3000 m, 5000 m, 8000 m... 어디까지 올라가는거지? 창밖의 모습은 벌써 구름위를 날아다니고 있게 된지 한참 오래전이다.

비행기 창 밖 풍경

날개가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비행기 엔진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랫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흠이면 흠이다.

비행기 처음 타 본 사람은 역시 촌티난다. 중간 중간 '창문'을 통해 구름 모양을 확인한다. 동행했던 segfault 군은 창가 자리에 있으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가보다. 나라면 하루종일 바깥 풍경만 보고 있었을텐데...

기내 방송을 보고 있으려니, 벌써 기내식이 나온다. (벌써라고 하지만 비행시간이 8시간이나 지났다.) 기내식 중간에 음료만 2번 서비스 받았다. 속으로 '먹을것도 많이 주는군. 먹다보면 지루해지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기내식 - 파스타

왼쪽 위부터 과일, 연필과 함께 동봉된 식기와 설탕/소금/후추, 크래커, 크림치즈, 에어셀 초콜릿, 빠지지 않은 고추장과 김치, 셀러드, 파스타

이런 호강이 있나. 밥 먹은지 4시간도 안되어 또 기내식이다. 이번엔 메뉴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파스타 맛은 정말 절묘했다. 인스턴스 파스타의 맛은 정말 내 기억에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올 때도 먹었으므로...) 재밌는 것은 상자로 만들어진 케이스 뚜껑 안쪽에 스도쿠(가로, 세로 9칸에 1부터 9까지 일렬로 반복되지 않게 채워넣는 퍼즐)가 그려져 있었다. 연필은 그 때 사용하기 위한 것. 천천히 기내식을 먹으면서 풀어보려 했지만, 파스타가 먹기 힘들어서 그랬는지, 시간이 너무 없었다. 옆에 앉은 Fabrio 아저씨는 벌써 뚜껑 부분을 찢어뒀다. 집에 가져가서 풀어볼거란다.

기내 TV에 비춰지는 항공 정보에는 벌써 러시아 상공에 도달했을음 보여준다. 갑자기 기류를 만났는지 기체가 몹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롤러코스터 탄 기분이랄까? 15분 동안의 진동을 겪으면서도 불안감보다는 즐거움이 앞선다. 기류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비행기가 선회를 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창 밖의 경치는 우리가 날고 있는 지상의 풍경이었다.
러시아 상공에서 본 지상의 풍경

사진을 크게 두고 보면 군데군데 마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순간이었지만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기뻤다. 날씨도 맑은 편이어서 지상의 모습이 잘 나왔다. 비행기는 러시아 북부를 지나고 있다. 비행기 기체 밖의 온도는 영하 55도. 비행기의 두꺼운 2중 유리창에도 성에가 낀다.
영하 55도 상태에서의 비행기 창 밖

비행기 창 밖에 성에가 끼어있다.

얼마만큼 지났을까? 매번 늦게 자는 것이 버릇이라, 잠이 온다기 보다는, 계속 밝은 상태가 지속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기만 하다. 기내는 모든 전등이 꺼져있고, 군데군데 열린 비행기 창문으로 밝은 빛이 들어온다. 사람들은 '잘 시간'이 훨씬 지나있었다. 나만 빼고...

거의 10시간에 가까운 비행 과정. 갑자기 비행기의 동체가 흔들리면서 고도를 낮추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내 TV에 나오는 항공 정보에는 30초마다 100m 씩은 고도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강상태에서의 비행기 밖 풍경

적운과 층운의 경계를 뚫고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서 구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알 것 같다. 항상 하늘 아래에서만 올려다보던 구름이 이곳에선 '입체'로 보인다. 마치 구름으로 이뤄진 빌딩속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다.

10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한다. 암스테르담은 복잡한 곳이라고 들어왔지만, 의외로 간편하고, 내리자마자 환승확인 창구에서 환승 시간과 게이트를 알아보기만 해도 충분히 비행기를 타는데 지장이 없었다. 10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2번이나 기내식을 먹고도 배가 고프다. 앉아만 있었는데도 왜 그리 배가 고픈지, 지나가면서 '일본식 라면'집이 있길래 들려서 라면이나 먹고 가려 했다가, 동행한 segfault 군이 언릉 환승 게이트로 가자고 조른다. 자기는 CD까지 구입하는 여유를 부렸으면서 말이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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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3 06:01 2006/10/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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