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만을 지켜보고 있는 초병 외에는, 적의 진지 내에서 긴장감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공격에는 애먹고 있지만, 안에서 계속 숨죽이고 있는 적에 대해 경계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소수의 병력으로 쳐들어 오리라곤 생각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초병이 긴장감을 갖고 경계를 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면모였다. 다른 곳에서 적이 진입할 수 없었다면 말이다.
사냥꾼은 노인이 지시한 경로를 이동하여 적 진지 옆구리에 대기하고 있다.

달은 아직 밝고, 적의 진지까진 거리가 있었다. 적막한 밤, 적의 진지에서 떠드는 소리 외에는 조용하다. 침묵은 사냥꾼 일행에게 비장함을 더하고 있었다. 달의 그림자가 보이는 동안 적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노출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단 한 번의 기회. 신중을 더 해야 할 때다.

이윽고, 달이 구름에 가려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 적의 횃불이 번진 사냥꾼의 손짓에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진의 내부에 들어가 막사에 도착하면서 큰 함성과 함께 준비해 온 기름 주머니를 던졌다. 빠르게 움직이며 적의 중앙부까지 단숨에 뻗어들어갔다. 적은 놀라거나 두려워 하기 보다는 오히려 무심할 정도로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적진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었는지, 주변 막사가 불타는데도 진은 혼란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불을 끄고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사냥꾼은 티모스 곁으로 와서 속삭인다.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

돌아갈 길이 없는 이곳에서, 적의 진영을 뚫고 빠져나간다는 것은 마을을 등지고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마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냥꾼은 남쪽을 향해 진격을 시작한다. 어느덧 주변의 군사들은 조금씩 조금씩 두꺼운 벽을 이루어 일행의 앞 길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소수의 병력이라지만 사냥꾼의 무리도 그리 녹녹한 상대가 아니다. 적의 방해를 받으면서도 진격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지나가며 베어간 무리도 천 명은 넘었을 법하다. 적이 포위망을 치기 전에 진을 뚫고 나가는 것이 급했다.

어느 덧, 진의 경계를 뚫고 나와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낮은 언덕을 넘었다. 사냥꾼은 당혹한 표정으로 티모스를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으십시오. 이곳에서 남쪽을 향해 따뜻한 나라를 지나 무더운 모래의 도시로 가십시오. 그 곳에 가면 분명 저와 같이 왕자님의 아버지를 섬겼던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의 도움을 얻어 이곳으로 돌아오십시오. 분명 그가 나타나 당신을 도울것입니다."
"무슨 소리죠? 마을은 어떻게 합니까?"
"당신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어서 가세요."
"잠깐만요. 그럼 여기 있는 마을 사람들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태까지 이런 상황을 겪어온 사람들입니다."

사냥꾼은 자신의 허릿춤에 차고 있던 주머니와 함께 말린 고기 몇 장을 뜯어 티모스의 손에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고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적은 우리보다 거대하다. 우리가 그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고, 그들이 경계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다시 우리의 마을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 기회다. 우리가 뚫고 나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물론 위험할 것이다. 누군가는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희망을 잃을 수도 있다. 가자!"

사냥꾼은 소년의 눈을 잠깐 마주하고는 뒤돌아서 바로 지체없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목숨을 건 진격. 소년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어라 말할 여유도 없었다.
그저 그들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언덕에 엎드려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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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23:58 2010/02/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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